게임 디자인

무엇이 좋은 전투 시스템을 만드는가? feat.GMTK

Berple 2026. 4. 1. 14:05

오늘은 게임 디자인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게임의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묻는다면 난 항상 전투/액션을 꼽는 사람이라, 전투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무엇이 "좋은 전투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GMTK의 "What makes a good combat system?" 영상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이니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영상을 참고

 


 

공격 시스템

애니메이션 프레임과 타이밍

액션 게임에는 다양한 공격이 있다. (ex.일반 공격, 강공격, 밀치기, 범위 공격, 원거리 공격...) 이렇듯 공격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크게 "빠른 공격과 느린 공격"으로 나눌 수 있다. 빠른 공격과 느린 공격은 "애니메이션 프레임"으로 구분되며, 공격 동작은 크게 세 가지 단계의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다. 

격겜에서 프레임 분석하는 짤

 

  • 예측구간(Anticipation): 공격 전 준비 동작. 공격의 속도를 결정한다.
  • 접촉구간(Contact): 실제로 대미지가 들어가는 순간이다.
  • 회복구간(Recovery): 공격 후 다시 중립 상태로 돌아오는 단계이다.

예측구간이 공격의 속도를 결정한다는 말은 무기에 따라 전조 모션이 달라지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한손무기는 빠르게 공격하지만, 대검이나 해머는 적을 공격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며 이 구간이 바로 예측구간이자 플레이어가 무능력해지는 구간이다. 

 

애니메이션과 연관되어 게임의 전투 템포를 바꾸는 또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애니메이션 캔슬'이다.

 

애니메이션 캔슬에 따라 전투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 대표적인 예시

  • 다크 소울: 공격이나 회복 도중에 다른 동작으로 전환 불가. 때문에 모든 공격에 책임을 지게 하며, 신중한 판단을 유도함.
  • 베요네타: 공격 도중 회피로 캔슬 가능. 전투를 자유롭고 유동적으로 만들지만, 대신 적들이 훨씬 더 공격적으로 설계되어 밸런스를 유지함.

 

사거리와 거리 조절

공격의 사거리는 거리 조절과 연관되고, 이는 곧 '적에게 자석처럼 붙는가(Stickiness)'에 따라 달라진다.

  • 배트맨 아캄 수용소: 멀리 있는 적에게 자동으로 날아가 타격. 이 경우 거리 계산보다 리듬과 타겟팅이 중요해짐.
  • 블러드본: 자동 유도가 거의 없음. 때문에 공격 전 자신의 위치와 무기의 리치를 정확히 계산해야 함.

여러 게임을 하다보면 허공에 공격키를 눌러도 자동으로 근처 적에게 다가가는 게임들을 보았을 것이다. 보통 이런 게임들은 전투 템포가 빠른 편이다. 자동 유도 기능을 통해 다음 적에게 빠르게 다가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적 선택지

전투 시스템의 모든 기술은 고유한 '용도'를 가져야 한다. 슈팅 게임의 샷건과 스나이퍼 라이플이 용도가 다른 것처럼, 각 근접 공격도 상황에 따라 선택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술적 선택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 플레이어가 전투에 따라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강한 공격, 빠른 공격, 넓은 범위, 공중 띄우기, 스턴, 파괴 등 기술의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 또한 버튼을 많이 쓰는 것보다 같은 버튼이라도 홀드, 방향키 조합, 타이밍 입력 등을 통해 입력 방식에 깊이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

 

 


방어 시스템

3가지의 방어 선택지

훌륭한 전투 시스템에선 방어 역시 공격만큼이나 중요하며, 플레이어를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방어 시스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은 3가지가 있다.

  • 방어(Block): 안전하지만 스태미너를 소모하고, 일부 공격에 깨질 수 있음.
  • 회피(Dodge): 일시적인 무적 프레임을 제공하지만, 스태미너를 소모하고 타이밍이 틀리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
  • 패링/카운터(Parry/Counter):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기술. 적의 공격 순간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적을 무력화하지만, 실패 시 큰 대미지를 입음.

회피/패링이 너무 쉽고 강력하면 플레이어는 가만히 서서 적의 공격만 기다리게 되며 지루한 전투 경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여러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패링 판정 타이밍을 엄격하게 만들어 난이도 올리기
  2. 실패 시 패널티를 강화 : 회피나 패링 실패 시 '회복구간'에 공격에 취약
  3. 패링의 횟수를 제한하거나 자원 소모하게 만들기
  4. 패링 한 번에 적이 죽지 않게 하는 대신 연계 가능한 상태로 만들(스턴/경직 등)

 

전투 흐름과 스턴 

 

몇몇 게임은 패링이나 카운터가 필요 없도록 '스턴 락'을 사용해 플레이어를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유도한다.

'스턴 락(Stunlock)'이란, 플레이어가 적을 타격할 때 스턴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타격당한 적은 다음 공격 전까지 무방비해지며 플레이어가 반격에 대해 고민할 필요 없게 만든다.

 

게임 스타일에 따라선 위와 같은 전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급적이면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적을 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스턴 락'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

  • 슈퍼 아머/강인함: 적이 일정 대미지를 입기 전까지는 경직되지 않고 반격 가능 (like 체간 게이지)
  • 스태미너 제한: 플레이어가 무한히 공격을 난사하지 못하게 스태미너 조절
  • 다대일 전투: 다수의 적을 하나씩 처리하기 어려워 방어적 판단을 강요

이 외에도 특정 공격은 방해가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거나, 적이 스스로 스턴에서 벗어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방법에는 딱히 정답이 없음)

 

 


적 디자인

게임의 재미를 돋구는 가장 좋은 방법 : 흥미로운 적 디자인

적은 플레이어의 공격과 방어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어야 하고, 변칙적인 패턴, 다양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담 흥미로운 적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 가독성: 적의 형태와 색상이 뚜렷해야 군중 속에서도 어떤 적이 어떤 공격을 할지 알 수 있음.
  • 예비 동작(Telegraphing): 적의 준비 동작은 플레이어가 반응할 수 있을 만큼 과장되고 명확해야 함. (ex. 번쩍이는 효과나 소리 신호)
  • 우선순위: 원거리 공격수나 힐러를 배치하여 플레이어가 누구를 먼저 처치할지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만듦.

이 외에도 플레이어의 패턴에 적응하는 적, 패링을 불가능하게 하는 특수 패턴을 가진 적을 통해 플레이어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

 

 

타격감과 연출

게임의 '맛'을 살리는 요소들

전투 시스템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해도 '느낌'이 부족하면 재미가 반감된다. 내가 때렸을 때 타격감이 약하거나, 패링을 성공시켰을 때 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말한 공격의 3단계 애니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격하기 전 과장된 준비 동작 + 적을 타격한 순간 잠시 멈춤 효과 + 긴 복귀 시간을 통해 플레이어는 임팩트있는 공격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레지던트 이블 6에서 공격 프레임 분석

 

게임에서 타격감을 살리기 위해선 실제로 여러 효과가 들어가는데, 평소 좋아하던 전투 게임이 있는 사람은 전투 장면에서 아래 요소를 분석한다면 '타격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히트 스톱: 타격 순간 0.1초 정도 게임을 일시 정지시켜 충격 강조
  • 슬로우 모션: 강력한 공격의 준비 단계나 마무리 단계에서 슬로우 모션 넣기
  • 시각 효과: 공격 궤적, 불꽃, 화면 흔들림, 번쩍임, 카메라 줌인/아웃 활용
  • 사운드: 실제로 뼈가 부러지는 듯한 묵직한 효과음

 


마치며

"전투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오직 플레이어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전투 디자인의 핵심은 플레이어의 의사결정에 있다. 디자이너는 플레이어가 어디로 이동할지, 어떤 적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지 그 고민의 과정을 설계한다. 때로는 수많은 적을 빠르게 제압하는 쾌감을, 때로는 적의 미세한 패턴을 읽어내는 긴장감을 의도하기도 한다.

 

전투 스타일은 결국 게임의 방향성 따라 변화한다. 카메라의 거리, 자동 공격, 공격 연출, 전투 템포까지, 이 모든 변수를 게임의 분위기와 방향성에 맞게 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전투 디자이너가 해야할 일이다.

 

 

게임 기획을 공부하다보면 정말 당연한 말이고 원론적인 이야기인데, 왜 그걸 생각못했지 싶을 때가 있다. 이 영상을 보며 정리했을 때에도 다시금 느꼈다. 게임을 하면서 '타격감'을 느낀 부분이 어디였을까? 이 액션이 왜 특히 인상적이었을까?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시간이 난다면 액션이 인상적인 게임의 전투를 분석해보는 것도 좋은 인사이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