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상반기 취준 복기록 feat.게임 기획 면접 후기

Berple 2026. 7. 3. 14:00

작년 말,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취준을 시작하며 게임 업계에 진입하고자 노력한저 어언 반년 이상이 지났다. 사실상 '게임 기획'에 대해 공부하고 포폴을 작성하기 시작한게 작년 7월부터이니, 취준 1년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벌써 26년도의 반이 지났으니 이번엔 나의 상반기 취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올해 초에 넣은 이력서가 다 떨어지고 탈락 메일을 20개 넘게 접했을 즈음, 처음으로 인턴십 서류 합격 메일을 받았다. 그렇게 면접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이번엔 꽤 큰 기업의 경력직 공고에서 서류 합격 메일을 또 다시 받았다. 20~30개 광탈하고 갑자기 이름있는 회사에서 연달아 서류 합격이 돼서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무튼 그렇게 2개 회사의 면접을 나름 열심히 준비해갔고, 인턴십 공고는 무난하게 실무 면접을 통과하였다.

경력직 공고는 거의 2시간 가까이 면접이 진행되었는데, 나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게 되었다. 시스템을 기획할 때 메커닉적으로 얼마나 깊게 생각해봤는지, 게임을 하면서 무엇이 좋고 나빴으며 '왜' 그게 기억에 남는지를 끊임없이 물어보셨다.

어느정도 깊게 고민했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면접 이후 다시 생각해보니 통찰력뿐만 아니라 경험(게임 플레이 경험) 측면에서도 많이 부족했다는 걸 실감했다.

 

사실 경력직 공고에 붙어서 면접까지 가본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었기에 탈락에도 크게 우울하지 않았다. 또한 면접 당시 마지막으로 "경력직 공고에 신입인 저를 불러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라고 질문했는데, '포트폴리오도 좋았는데 블로그 글을 다 읽어보니 진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느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무척이나 감격스러웠다. 열심히 쓴 블로그 글을 다 읽어봐주셔서 감동이었고 성장 가능성도 보인다고 해주셔서...그동안 서탈로 낮아진 자존감이 꽤 회복되었다.

 

인턴십 공고는 임원 면접까지 진행했고...어제 탈락 메일을 받았다. 면접에서 최선을 다했고 분위기도 좋았기에 결과를 기대했는데, 기대도 많이했고 2달에 걸쳐서 진행했던 전형에서 떨어지니 무척 아쉬웠다. 지금까지 봤던 면접에서는 나의 대답이나 보완해야할 점, 배운 점을 복기하며 더 나아가려는 자세로 임했다. 반면 임원 면접에서는 나의 100%를 보여줬다 생각하고, 면접에 대한 미련과 후회도 없어서 떨어진 것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슬프지만 계속 암울해진다고 바뀌는 것은 없고, 아무리 잘해도 나서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건 결국 멘탈을 다잡고 나아가는 것이다. 최근에 나태해져서 기획서도 안쓰고 게을리했으니 다시 기강을 잡는 기회라고 여겨야지.

 

 


 

 

상반기 취준 복기를 짧게 하며, 아래엔 내가 면접에 들어가면서 느낀 점에 대해 짧게 써보았다. 내가 실무자가 아니라서 효과적인 조언이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해당 내용이 게임 기획자를 지망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지원한 직무의 관점으로 답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획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기획이라는 큰 범위로만 생각하고 면접에 들어갔는데, 실제로는 지원한 직무가 무엇인지에 따라 면접관이 듣고 싶은 답변도 달라졌다.

 

나는 시스템 기획 직무로 지원했는데, 다대다 면접때도 면접관분이 "시스템적으로 설명해주세요."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 면접관분이 원했던 것은 "A 시스템이 재미있었다"나 "인상깊은 경험이었다"처럼 추상적인 설명이 아니라 규칙과 구조, 데이터 관점에서의 설명​이었다.

 

같은 게임이라도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것과 콘텐츠적으로 접근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게임 기획 내에서도 시스템 기획, 콘텐츠 기획, 레벨 디자인처럼 직무마다 구체적인 사고 방식과 흐름이 달라야 한다.

 

❓ 포트폴리오에 '왜?'를 물어본다

개인적으로 면접은 포트폴리오를 발표하는 시간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토론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포폴 질문에서 대표적으로 이런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 왜 이 시스템을 만들었나요?
  • 왜 이 장르를 선택했나요?
  •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나요?
  • 그 방법/수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와 같이 내가 왜 그 포폴을 만들었고,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다.

특히 경력직 공고 면접에서는 내가 만든 기능을 하나씩 짚어가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질문했다.

결국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포폴에서 내가 만든 시스템을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있는지였다.

 

🔎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분석' 하는 사람을 원한다

면접에서는 플레이 경험에 대한 질문도 상당히 많았는데, 하지만 단순히 "재밌었다."는 답변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보통 질문에서는

  • 어떤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는지
  • 왜 그렇게 설계했다고 생각하는지
  •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 내가 기획자라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를 계속 질문했다. 평소 게임을 할 때도 '기획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것 같다.

특히 게임의 아쉬운 점이나 불편한 점을 말하는 것은 쉬운데, 그것을 어떻게 고칠지는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플레이어라면 "이거 불편한데 고쳐주세요!"에서 그쳐도 되지만, 기획자라면 "이게 A 때문에 불편하니까 B로 수정해서 불편함을 해소해볼까?"라고 방안을 제시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 답변은 길게 하는 것보다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건 알면서도 고치기 힘든 점이다...

질문을 받으면 처음부터 설명하려고 하는데, 면접관들은 핵심부터 듣기를 원한다. 기획서를 쓸 때나 실무에서 회의할 때도 항상 두괄식으로 말하라고 하던데, 면접에서도 그렇게 소통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유를 후술하는 방식이 훨씬 전달력이 좋은 것 같다.

 

🤖 AI로 개발이 쉬워진만큼,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즘은 AI를 활용하면 혼자서도 꽤 빠르게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나 역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기능을 구현해왔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서 AI로 개발할 때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깨달았다.

 

당연하지만 면접에서는 단순히 "어떻게 구현했는가?" 보다 "왜 그렇게 설계했는가?" 를 훨씬 많이 물어봤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이 있었는데,

  • 아이템 재화 밸런싱은 어떤 기준으로 설정했는지
  • 레벨업 성장치와 성장 속도는 어떤 근거로 결정했는지
  • (내가 만든 게임에서) 공의 질량과 이동 속도는 어떤 기준으로 설계했는지

나는 해당 질문에 "직접 플레이해보면서 감으로 조정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렇게 개발했기 때문이다.

 

AI와 대화를 하면서 게임을 만들다 보면 구현 자체는 굉장히 빨라진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획 의도나 기준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채, 결과물이 괜찮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라던가, '플레이해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은데?'라는 개인 감각으로 수치를 조정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그 '감'의 근거를 설명해야 했다.

왜 그 값이 적절한지, 왜 그 성장 속도가 맞는지, 왜 그런 밸런스를 선택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결국 설계 의도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AI가 개발의 문턱을 낮춰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기획자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AI는 구현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지,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그 경험을 위해 어떤 규칙과 기준을 세울 것인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게임을 만들 때는 단순히 '감'으로 수치를 맞추지 않고, 왜 이 수치를 선택했는지,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인지, 그 경험을 데이터와 규칙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결정한 뒤 개발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기획자는 자신의 감각을 규칙과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면접을 통해 가장 크게 배웠다.

 


 

쨋든 좋은 경험이었다!

나의 상반기 취준을 정리하며 어제의 기분을 떨쳐내려 쓴 글이었는데, 확실히 블로그 글 쓰기를 잘한 거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 정리도 되었고 나의 반년을 돌아보니 '그래도 진전이 있었으니 다행이지!'라는 마인드가 생긴거 같다.

 

취준은 장기전이기에 멘탈 관리가 가장 중요하니까..나의 기분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어쨌든 경력직 공고도 붙어봤고, 최종 면접까지 경험도 해봤고, 이번 경험이 다음 면접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자산이 된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시길...😎✨